모로코 – 하맘(공중목욕탕) 문화의 공동체성
북아프리카 이슬람권 국가인 모로코(Morocco)에는 수백 년 동안 일상 속에서 이어져온 특별한 전통 문화가 있습니다. 바로 ‘하맘(Hammam)’이라 불리는 공중목욕탕 문화입니다. 하맘은 단순한 목욕 장소가 아니라, 종교적 정결, 사회적 교류, 공동체 결속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오늘날에도 모로코인의 삶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1. 하맘이란 무엇인가?
하맘은 아랍어로 ‘덥다’는 뜻의 ‘hamma’에서 유래된 말로, 로마의 테르마에(Thermae)와 오스만 제국의 전통에서 영향을 받아 발전한 이슬람식 목욕 문화입니다. 모로코 하맘은 일반적으로 탈의실 – 온탕 – 중탕 – 열탕 순서로 구성되며, 점점 더 뜨거운 방으로 이동하면서 몸을 데우고 정화하는 구조입니다.
대부분의 하맘은 성별에 따라 분리 운영되며, 여성 하맘은 공동체 내에서 소통과 연대의 장으로 기능합니다.
2. 종교적 정결과 하맘
이슬람에서는 신 앞에 서기 전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하맘은 이 정결 의식(타하라, Tahara)의 공간이 됩니다. 특히 금요일 기도 전, 라마단 시작 전, 결혼 전에는 하맘에서 정식 세정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종교적 의무이자 전통으로 여겨집니다.
여성들은 결혼식을 앞두고 하맘에서 친구들과 함께 몸을 씻고 향유를 바르며 준비하고, 이는 단순한 위생 행위가 아닌 사회적 통과의례로 간주됩니다.
3. 여성 공동체의 결속 공간
모로코 여성에게 하맘은 몸을 씻는 장소이자 마음을 씻는 장소입니다. 하맘은 가족, 친구, 이웃 여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일상을 나누는 공간으로, 특히 여성이 외부와 자유롭게 연결되기 어려운 사회구조 속에서 자유로운 소통의 통로가 되어왔습니다.
이곳에서는 결혼, 출산, 육아, 건강, 일상 속 고민을 공유하고 서로 조언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하맘은 여성 공동체의 치유 공간이며, 모성적이고 협력적인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4. 전통적 목욕 방식과 재료
하맘에서는 특별한 전통 세정 도구와 재료가 사용됩니다:
- 비누: 사브룬 블디(Savon Beldi)라고 불리는 올리브 오일 베이스의 검은 비누가 사용되며, 피부를 부드럽게 하고 각질 제거를 돕습니다.
- 때밀이 장갑: 키사(Kessa)라 불리는 거친 장갑으로 피부를 문지르며 피로와 노폐물을 제거합니다.
- 가슬: 마무리로 향유를 사용한 전신 세정 또는 헹굼입니다. 이는 몸의 정화와 동시에 마음의 이완을 유도합니다.
이러한 하맘 경험은 단순한 샤워와는 차원이 다른 의식적인 정화 과정이며, 손길을 주고받는 행위는 공동체 내 신뢰와 유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5. 현대화와 하맘 문화의 변화
최근에는 수도시설과 개인 욕실이 보편화되면서, 하맘의 이용 빈도는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시간 절약과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하맘을 찾지 않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전통 하맘은 정기적인 사회적 행사로 여겨지는 지역 문화의 핵심입니다.
한편, 하맘은 웰니스, 뷰티, 스파 산업과 결합되어 관광객을 위한 체험형 콘텐츠로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모로코 마라케시나 페스 등 주요 도시에선 럭셔리 하맘 체험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는 전통과 현대의 융합된 새로운 문화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6. 하맘의 공동체적 가치와 문화유산
하맘은 단지 목욕이 아니라, 공동체가 유지되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하맘에서는 빈부, 세대, 배경을 떠나 모두가 동등하게 앉아 있고, 함께 돕고, 서로의 삶을 나눕니다. 이는 모로코의 사회적 평등과 연대, 존중의 문화를 반영하는 상징적 공간입니다.
하맘 문화는 2014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후보로 등록되었으며, 현재도 많은 단체가 이 전통의 보존과 계승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 FAQ
- Q1. 하맘은 남성과 여성이 함께 이용하나요?
전통적으로는 성별을 구분하여 다른 시간대 또는 다른 공간에서 이용합니다. 혼성 하맘은 거의 없습니다. - Q2. 관광객도 하맘을 체험할 수 있나요?
네, 관광객을 위한 하맘이 많이 운영되며, 예약제로 이용 가능합니다. 예절과 복장을 사전에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 Q3. 하맘은 얼마나 자주 이용하나요?
개인마다 다르지만, 전통적으로는 주 1회 금요일 기도 전 이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는 2~3주에 한 번 정도 갑니다.